위탁사 관리강화하고 비전문가 참여 막아야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운용 시스템이다.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지난해 말 17.5%에서 2012년말 40%까지 늘리기로 한 이상 전문성을 높이는 쪽으로 운용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탁운용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230조원이나 되는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절반가량,해외주식의 100%를 위탁해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주가가 급락한 미국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주식 투자에서 5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데에는 위탁사 관리부실이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위탁사들은 투자위험이 큰 페니메이 주식 투자 규모를 지난해 말 1368만달러에서 올해 3601만달러로 세 배가량 늘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 투자 건을 미리 알았지만 막지 않았다. 위탁사의 자율을 존중한다는 취지였지만 올 들어 급박해진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안일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운용사들은 큰 손실이 나더라도 수수료를 그대로 받기 때문에 '모럴 해저드'에 빠질 수 있어 관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기금운용본부의 충원도 시급하다. 23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인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99명이다. 이 정도 인력으로는 위탁사 관리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57명의 증원을 요구했지만 정부에서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명해 20명을 더 채용할 수 있도록 '정원'을 늘리는 정도에 그쳤다.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외투자실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13명이 일하고 있다.

비전문가들의 운용 참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전문가 7명으로만 구성하기로 한 국민연금 개정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책임성 강화를 위해 정부와 가입자 대표가 운용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성은 있지만 이들이 전문적인 식견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주변의 우려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원종욱 박사(연금보험팀장)는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600포인트일 때도 주식을 많이 사지 못한 건 '개미투자자' 수준의 비전문가들이 운용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