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입 원활해져 큰 문제 없을듯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은행 외화 차입을 지급보증하고 300억달러를 추가 공급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는 이번 정부 대책으로 외환보유액은 줄어든다. 정부가 이달 초 외환시장에 공급한 150억달러와 이번 추가 대책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금액(1000억달러 지급보증+300억달러 추가 공급)을 합하면 총 1450억달러나 된다. 지난 9월 말 외환보유액(2397억달러)의 60.4%에 달하는 액수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외환스와프 시장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달러는 외환보유액 집계에서 빠져나가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돌려 받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외환보유액에 변동이 없다.

은행의 외화 차입 지급보증에 투입하기로 한 1000억달러도 당장 모두 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튼튼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며,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일시에 1000억달러를 대지급해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오히려 지급보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외화 채무의 70%가량이 은행권 채무인데,이번 정부 조치로 은행권의 달러 채무 차환이 원활해지고 외화가 추가로 유입되면 장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아낄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화 차입 지급보증으로 은행들의 '모럴 해저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이 정부 지급보증만 믿고 무분별한 외화 차입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