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실물경제로] 폐업처리 비즈니스, 10년만에 '쓸쓸한'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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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 한때 붐을 이뤘던 '폐업 비즈니스'가 다시 뜨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도산한 영세 사업자들의 상품과 설비 등을 헐값에 산 뒤 되파는 이른바 '하이에나 비즈니스'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16일 폐업처리 및 중고유통 업계에 따르면 2006년 말 5000여개로 추산됐던 폐업처리 업체 수는 현재 1만여개로 2배로 늘어났다. 안타깝게도 불황을 이겨내지 못한 식당 PC방 등 중소사업자들의 '퇴출'이 이들에겐 창업 기회가 된 셈이다. 잘만 고르면 적게는 투자원금 대비 30~50%, 많게는 2~3배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도 이 같은 폐업처리 업체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 창업 1년차 안팎의 '조기폐업'이 늘면서 신제품 수준의 중고물품만을 좇는 이른바 '신상족(신상품만 선호하는 부류)'땡처리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새 물건일수록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인천의 철거전문 업체 P사의 강모 대표는 "업종에 관계없이 '신장개업' 폐업이 많아지면서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며 "심지어 인테리어 공사 중인 상점의 사장이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보증금을 보관중인 건물주로부터 철거 비용을 받아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C방 노래방 등 '방'자 업체와 치킨 피자집 등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의 폐업이 크게 늘면서 전문 처리 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경남지역 PC방 전문처리 업체인 스마일컴퓨터의 김종철 대표는 "한 달에 50건 정도 폐업정리를 해주는데 작년보다 30% 정도 일감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PC방에서 컴퓨터(펜티엄3기준)는 대당 5000원가량에 사온다. 대부분 아프리카ㆍ중동지역으로 팔려나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청바지 등 1만~2만원짜리 의류의 경우는 10분의 1도 채 못되는 장당 800~1000원 안팎에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공장 기계들도 중고매물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거래가 잘 안돼 해외로 새 주인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중고기계 매매사이트 파인드머신(www.findmachine.or.kr)의 경우 2~3년 전까지만 해도 월 평균 400명이 회원에 가입해 간간이 기계를 올렸지만 요즘에는 하루 500명이 방문해 한 달 1200건 이상의 기계가 등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이트는 매각 등록 기계 수가 많아지자 얼마 전 해외매매사이트(www.usedmachine.or.kr)를 추가 개설했다.
창업 수요가 급감하면서 창업컨설팅업체가 폐업 상담을 더 많이 해주는 '역전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최재희 연합창업컨설팅 회장은 "전화상담 열에 여덟은 폐업 상담인 것이 요즘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 어렵더라도 법인세 등 제세 공과금 납부와 등기말소 같은 '뒷정리'를 깔끔히 해야 훗날 막대한 가산세를 추징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채상원/김주영 인턴(한국외대 3학년)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