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로 국고채 금리만 하락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노력에도 채권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후 국고채 금리가 급락했으나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는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등 은행과 기업들의 자금난이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연 5.61%에서 15일 현재 연 5.18%로 0.4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AAA등급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연 7.75%에서 연 7.81%로 0.06%포인트 올랐으며, AA-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연 8.07%에서 연 8.12%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은행채와 국고채의 금리 스프레드(격차)는 2.63%포인트로 집계를 시작한 2000년 11월 이후 최대로 확대됐다.

이 같은 스프레드 확대는 정부 통화정책 완화에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은행과 기업들이 더 높은 금리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7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 연 6.06%로 치솟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은행채와 회사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불균형 심각한 상태다"며 "이는 정부의 통화정책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나 기업들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채권시장의 불균형은 향후 정부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어 국고채 금리의 하락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채나 회사채도 어려운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뒤쫓아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고채와 통안채를 주로 거래하는 외국인이 최근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위기설'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15일까지 10거래일 동안 하루 빼고 순매도를 지속, 총 9천192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앞서 9월에는 4조7천329억원, 8월은 7천16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채권 매도는, 9월 위기설 등으로 금리가 급상승할 때 채권을 매수했던 외국인이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데다, 본국의 유동성 경색으로 자금이 필요한 일부 외국인이 국고채 금리 급락을 기회로 현금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인모 증권업협회 채권부장은 "자금 성격이 명확하진 않지만 외국인 채권 매도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금리 급락과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볼 때 단순 차익실현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 여건이 강화되고 있어 금융불안이 진정되면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