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초자ㆍ현대미포조선코아로직 등 30社 … 실적좋은 기업 관심둘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져 시가총액이 사내에 보유한 순현금에도 못 미치는 상장사가 3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현금은 현금과 현금성자산,단기금융(투자) 상품에서 총차입금을 뺀 유동자산을 말한다. 이들 기업의 주주는 바로 회사가 청산되더라도 건물 부동산 기계류와 같은 고정자산을 고려하지 않아도 차입금을 다 갚은 뒤에 자신이 들고 있는 주식가치보다 많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곳은 순현금이 줄어들 이유가 없는 만큼 앞으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보다 순현금이 큰 기업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11개,코스닥시장 19개 등 30개사에 이른다.

브라운관용 유리 생산업체인 한국전기초자는 3007억원의 순현금(이하 6월말 기준)을 보유해 시가총액 2030억원보다 976억원이나 더 많았다. 삼성공조도 순현금(1225억원)이 시가총액(561억원)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지주회사인 KISCO홀딩스동성홀딩스 등도 시가총액은 1030억원,238억원에 불과한 데 비해 보유한 순현금은 1384억원,315억원이나 됐다.

코스닥시장의 코아로직이나 디앤샵,미디어플렉스 등도 보유 현금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코아로직이 보유한 순현금이 676억원으로 시가총액(417억원)보다 260억원이나 많았으며 디앤샵과 미디어플렉스도 순현금이 시가총액을 각각 197억원,140억원 초과했다.

보유 현금이 많은 이들 기업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KISCO홀딩스는 0.1배에 불과하며 삼협글로벌 동성홀딩스(0.2배) 코아로직 삼일기업공사 방림 미디어플렉스(0.3배) 등도 PBR가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패닉'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내던지면서 기업이 보유한 현금자산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워런 버핏이 벅셔해서웨이를 사들일 때도 이 회사의 순현금 가치를 높게 본 것이었다"며 "이들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분석부장도 "현재는 자산버블이 꺼지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상품 등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점이어서 현금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이 많다고 무작정 투자가 유망한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보유 현금이 줄어들지 않을 정도의 실적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투자지표를 함께 살펴볼 것을 권했다.

이와 관련,한국전기초자 미디어플렉스 현대미포조선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파라다이스 등이 유망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대금 납부 후에도 1조7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3년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할 정도로 영업상 현금흐름이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