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醫ㆍ철학자ㆍ스님이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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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60여명 손잡고 불교수행ㆍ과학 통합연구
"환자는 끊임없이 생각에 시달립니다. 과거에 대한 생각은 환자를 화 나게 만들고,미래에 대한 생각은 불안하게 하죠.불교 수행을 통해 알게 된 마음의 속성과 마음 다스리는 법을 환자에게 설명해 주고 문답식 대화를 통해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지 않고 현재에 머무르는 방법을 알려 주니까 치료 효과가 훨씬 커졌어요. "(전현수 원장ㆍ신경정신과 전문의)
"에고가 강할수록 자살의 위험이 큽니다. 자살은 '비존재'에 대한 갈구라고 할 수 있는데 존재하지 않으면 고통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지르죠.수행으로 자아의 실상을 확인하면 자살을 막을 수 있어요. "(미산 스님ㆍ상도선원장)
스트레스와 불안,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행복한 삶의 길을 제시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심리학자,철학자,한의사,요가 수행자,스님 등의 전문 지식인들이 손을 맞잡았다. 옥스퍼드대 철학박사 미산 스님과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출신의 일묵 스님,김관영 중부대 교수(철학),구병수 동국대 교수(한의학),심리치료학자 김은희,상담심리학자 박성현,서동혁 미래정신과 원장,이선 홀리스틱요가연구소장,전현수 전현수신경정신과의원 원장,조옥경 한국통합의학학회 이사,위파사나 수행자 김열권씨 등 60여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방법론으로 내세우는 것은 불교 수행과 과학의 통합 연구다. 2002년부터 '불교정신치료연구회'를 만들어 불교의 수행 이론 및 수행 경험과 정신 치료를 연계해 공부해 온 이들은 지난해 수행 공동체 '제따와나 국제명상센터'를 결성했다. 이후 1년간의 준비를 거쳐 미얀마의 파욱 스님을 초청해 다음 달 3일부터 한 달간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 오덕훈련원에서 '숨 붓다의 호흡 명상수련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활동을 본격화한다.
'제따와나'는 석가모니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인도 사원 '기원정사'의 팔리어(초기 불경을 기록한 언어) 명칭으로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ㆍ수행 이론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이를 현대 과학의 각종 성과와 연계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수행자와 과학자가 서로 보지 못하는 것을 공동 연구로 극복한다는 취지다.
미산 스님은 "제따와나는 하나의 수행법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수행법을 열린 마음으로 배우며 이를 통해 현대인을 위한 삶의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현수 원장은 "불교와 정신 치료를 연계하려면 수행 경험과 이론을 보편적 언어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불교 수행과 과학의 접목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