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전 세계 실물경제로 번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국제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상당부분 둔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물가보다 경기'에 초점을 맞춰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년 3%대 성장 그칠듯

정부는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4.8~5.2%로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국내 경제도 정상 궤도로 복귀할 것이란 근거에서다.

하지만 민간 예측기관들의 전망은 완전 딴판이다. LG경제연구원은 14일 내놓은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조만간 내놓을 보고서에서 3.9%를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경제연구원(3.8%) 금융연구원(4% 안팎) 등 다른 경제연구소와 국제통화기금(3.5%) 골드만삭스(3.9%) 등 해외 기관들도 '3%대 중후반 또는 잘 해야 4%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4% 성장이 힘들고 하반기에도 자신 있게 좋아진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그친다면 '신용카드 사태' 당시인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민간 연구소 등이 내년 경제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내는 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 3.9%에서 내년 3.1%로 둔화되고 미국 등 선진국 경기도 당분간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는 수출이 잘 버텨주면서 국내 경기의 하강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세계 경기 하강으로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수출 증가율이 올해 20.3%에서 내년에는 8.9%로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9%에서 내년 3.7%로 둔화될 것으로 이 연구소는 전망했다.

◆최대 과제는 내수 부양

내년 국내 경제에는 변수가 많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릴지,신용경색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파급될지,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이 같은 외풍을 얼마나 잘 견딜지 등에 따라 한국 경제의 내년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부동산 가격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금융권 전반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시중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8월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자칫 여기서 부실이 발생하면 가뜩이나 부진한 민간소비 등 내수경기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국내 경제정책의 최대 과제는 뭘까.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부양을 꼽는다. 수출의 경우 세계 경기에 직접 좌우되는 만큼 우리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가계부채와 고용 불안 등으로 내년에도 민간소비가 별로 안 좋을 것"이라며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어려워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내수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