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국유화.은행간 거래 지급보증' 美.유로존 잇단 벤치마킹
"처칠.루스벨트처럼 금융체제 개혁"역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은행 부분 국유화와 은행 간 대출 지급보증이라는 영국식 금융위기 해법을 유로존 15개국에 이어 미국까지 수용시키면서 '난세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그가 줄기차게 주창해온 신브레튼우즈 체제의 창설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위기 타고 부상한 브라운 리더십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13일 "미국과 유럽 모두 '네,(브라운)총리님 명대로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영국의 금융위기 타개책이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브라운 총리를 치켜세웠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건 미국이지만,이를 풀어야 하는 실마리는 영국이 제공했다는 얘기다.

재무장관 출신의 브라운 총리는 경기침체와 외교 미숙 등으로 최근까지 수차례 퇴임 압력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브라운 총리는 은행 부분 국유화를 골자로 한 구제금융안을 지난 8일 내놓으면서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그는 지난 12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정상회담에 일종의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영국식 해법을 유럽 전체가 채택하도록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 미국도 이 방식을 수용,14일 은행 부분 국유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브라운은 순식간에 침착하면서 결단력 있고 위기조정 능력을 가진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에 따라 집권당인 노동당의 지지율도 크게 올라갔다. 12일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유고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33%로 전달보다 7%포인트 상승하며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운 英총리 리더십 위기의 세계경제 구했다
◆탄력받는 신브레튼우즈 체제


영국 더 타임스는 브라운 총리의 리더십이 탄력을 받으면서 그가 요구해온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큰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운 총리는 13일 370억파운드(640억달러)를 투입해 HBOS 등 3대 은행을 국유화한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곧바로 화제를 신브레튼우즈 체제로 돌렸다. 그는 "세계의 지도자들은 60여년 전 루스벨트와 처칠이 했던 것처럼 국제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용기와 통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 타임스는 브라운 총리가 처칠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브라운 총리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 정상회의에도 참석,일대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신브레튼우즈 체제의 구축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운 총리가 언급하는 신브레튼우즈 체제의 골자는 △투명성 △무결점 △글로벌화로 요약된다. 그는 세계가 국제표준의 회계기준을 즉시 채택해 투명성을 높이고,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무책임하게 리스크를 지려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본의 흐름이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금융감독은 국가별로 이뤄지고 있는 체제도 개혁대상이라고 지적했다.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이 설립됐고,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가 실시됐다. 하지만 1971년 닉슨 미 대통령에 의한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기능이 일부 붕괴된 상태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로 IMF개혁 등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IMF 총재 출신의 호르스트 퀼러 독일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신브레튼우즈 체제 창설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브레튼우즈 체제는 국제적인 자본 이동에 제한을 가하게 되고,이는 국제적인 경제성장 둔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어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론 역시 만만찮은 상황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