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시아 등 이머징국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채가 많은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영향권에 들어섰다. 베이징대학 경제연구센터를 맡고 있는 저우치런(周其仁) 소장을 찾아 금융위기의 원인과 중국 경제 전망 등에 관해 들어봤다. 그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은행 부총재에 선임된 린이푸 교수의 뒤를 이어 지난 6월부터 경제연구센터를 맡고 있다.

-금융위기가 촉발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돈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은 금리가 낮아 시중에 돈이 넘쳤다. 미국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속에서 채권 발행을 늘리고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다. 불량한 자산을 포장해 파는 데 급급한 금융회사나 높은 이익을 좇아 위험에 눈을 감은 투자자들은 자신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국가 금융회사 투자자 모두의 무절제와 무책임이 가져온 일이다. "

-그렇다면 이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닌 월스트리트식 자본주의가 발생시킨 일이란 뜻인가.

"어떤 주의건 간에 도덕적 해이가 지배한다면 그건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 이번 금융위기처럼 유동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또 여기에 모럴 해저드까지 함께 일어난다면 이것은 필연적으로 큰 재앙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안들로 위기가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이 7000억달러를 넣기로 했지만 궁극적인 방법은 아니다. IT(정보기술) 버블이 생겼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었는데 이것이 부동산 버블로 이어졌다. 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시장이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 일을 벌인 국가나 기업 투자가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금융위기 후 자본주의 자체도 달라질 것인가.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갖는 뜻은 지난 100년 동안 계속 변해왔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에 새로운 툴과 프로토콜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앞으로의 변화 방향은 복고형 자본주의가 될 것이다. 책임과 통제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반합(正反合)적으로 볼 때 당연히 현재의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겠는가. "

-중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 간에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이 진짜 국제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의 경제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가한 얘기인 듯 들리지만 미국과 유럽이 불경기에 빠지면 중국이 세계시장 역할을 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국역할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런민비(위안화)는 아직 기축통화가 되긴 힘들다. 중국 경제가 급속한 발전을 했고 외환보유액이 많지만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기축통화가 될 수는 없다. 중국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고,이런 점에서 런민비의 기축통화론은 시기상조다. "

-중국은 1조8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미 금융회사를 인수해 메이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금융산업 분야에서 말하자면 중국은 불균형 상태다. 돈은 많지만 운용 능력은 떨어진다. 세계 금융시장을 읽고 판단할 인재가 없고,자산을 관리할 능력도 모자라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금융회사를 마구잡이로 사들인다면 또 다른 투기적 행위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반대한다. 그보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적절히 운용해 손실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중국이 고도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중국만 무풍지대일 수 없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건 피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의 불경기로 당장 수출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13억명의 인구가 있기 때문에 내수 육성을 통해 성장동력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통화팽창을 억제하면서 내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대하느냐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다. "

-성장보다는 물가억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인가.

"물가억제라는 말보다 돈의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부 상품에 대해 가격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돈을 많이 풀고 가격은 통제하는 조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품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놓으면 생산과 판매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농민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로 생산을 줄일 수도 있다. "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