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요(腰) 요(腰) 요(腰)~"

요즘 세탁기는 허리(腰)가 대세다. '허리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허리에 부담을 덜 주는 세탁기로 경쟁전선이 옮겨지고 있다. 이 싸움에 불을 지핀 것은 대우일렉트로닉스다. 3년여간의 연구 끝에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초 세탁물을 넣는 드럼통을 11㎝ 올린 '드럼업'을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매달 1만대 이상 팔려나가며 해외수출까지 시작됐다.

드럼업의 비밀은 '각도'에 있다. 기존 제품은 빨랫감을 넣고 꺼낼 때 허리를 30도 이상 숙여야 했다. 하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드럼통을 40도로 비스듬히 기울여 허리 부담을 줄였다. 아주대 작업역학연구실에 따르면 드럼통 경사를 40도로 기울이면 허리와 무릎관절까지 보호할 수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탁기 높이를 높여 허리 전쟁에 가세했다. 세탁기 하단에 수납장을 덧붙여 세탁기 높이를 주부들의 평균 신장에 맞도록 키웠다. 세탁기가 높아지면 자연히 드럼통 입구도 높아져 허리를 덜 구부려도 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높아진 세탁기는 주부들의 가슴 높이인 110~120㎝대로 맞춰 허리 구부림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하반기 신제품인 '안심케어 트롬'을 내놓으면서 세탁기 하단에 운동화를 넣어 건조시킬 수 있는 하단 수납장을 만들었다. 수납장 높이는 약 19㎝.수납장을 넣으면서 세탁기 높이가 112.2㎝로 높아졌다. 운동화를 세탁한 뒤 하단에 있는 서랍에 넣으면 저온 열풍으로 건조와 살균,탈취까지 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 밖에도 드럼통 입구를 기존보다 20㎝ 높였다. 바닥에서부터 76㎝ 되는 지점에 드럼입구를 설치해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세탁물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투입구도 넓혔다. 지름 35㎝에 불과했던 드럼 입구를 40㎝ 늘려 쉽게 빨랫감을 집어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하우젠 버블드럼'을 내놓으면서 '허리사랑 수납함'을 만들었다. 세탁기 하단에 받침대 용도로 설치해 세제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높이는 26㎝로 수납함을 하단에 붙이면 세탁기 높이가 120㎝가 돼 자연스럽게 허리를 덜 구부릴 수 있도록 했다. 수납함은 별도로 구입(20만원 선)할 수 있어 기존 세탁기 사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드럼 문도 달리 만들었다. 드럼통 입구에 동그란 문을 만드는 대신 세탁기 전면 패널이 열리는 방식으로 문을 바꿨다. 서있는 상태에서 문을 손으로 밀어 세탁물을 안에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허리 보호를 위해 드럼을 기울이고, 세탁기 높이를 키웠지만 세탁력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진화됐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옷감 손상은 줄이면서 세탁 성능은 기존 제품 대비 30% 높였다. LG전자는 세탁물을 하트 모양으로 움직이도록 해 세제농도를 세탁기가 알아서 감지해 헹굼횟수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안심케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미세한 버블이 자동으로 뿜어져 나와 옷감 손상은 줄이고 세탁력은 높이는 '버블 세탁'기능을 개발해 내놨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