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때부터 '경제정책 중심' 역할
보안 유지 쉬워 경제수장들 수시로 소집


지난 7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의 국정감사를 받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도시락을 먹으러 간다"며 자리를 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감 도중에 가는 게 말이 되냐"며 항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국감장을 빠져나왔다. 강 장관이 국정감사 중임에도 서둘러 일어선 이유는 이른바 '서별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부쩍 잦아졌다. 매주 화요일 열리지만 이달 들어선 화요일인 7일 뿐만 아니라 1일과 9일에도 긴급 소집됐다. 명실상부한 '금융위기 컨트롤타워'역할을 하면서 주요 대응방향이 이곳에서 결정되고 있다.

서별관 회의는 거시정책협의회의 별칭이다. 청와대 영빈관 옆에 있는 서별관에서 회의를 갖는다고 해서 그런 별칭이 붙었다. 국민의 정부 때 기업 금융 공공 노사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경제 당국 수장들이 이곳에서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들을 다뤄왔다. 멤버는 기획재정부 장관,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청와대 경제수석ㆍ국정기획수석 등이지만 사안에 따라 다른 당국자들이 합류한다. 보통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의 좌장 역할을 한다. 1일엔 이명박 대통령이,7일엔 한승수 총리가 각각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할 수 있는 회의를 왜 서별관에서 할까. 무엇보다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 있어 보안을 유지하기가 쉽다. 서별관은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핵심 관계자 이외엔 회의 자체가 열리는지조차 좀체 알 수 없다. 도청 우려도 피할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등 가정집 같은 분위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강 장관이 '도시락 먹으로 간다'고 한 것은 회의가 주로 도시락으로 오찬을 겸하면서 열리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들의 바쁜 일정 탓이다.

서별관 회의는 2002년 10월 대북송금 청문회에서 당시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이 대북자금 지원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했던 곳이라고 밝히면서 유명해졌다. DJ정부에서는 이 회의를 통해 대우자동차 부도,제일은행 매각,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처리방향을 결정했다.

참여정부 땐 국무회의의 주요 안건은 서별관 회의에서 미리 조율됐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부동산 대책,신용불량자 문제 등도 이곳에서 협의했다. 참여정부의 당ㆍ정ㆍ청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11인 회의'를 서별관에서 갖고 야당과의 연정,개헌 문제 등 '극비 사항'의 정치 현안을 다루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