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중국 등 7개국 중앙은행이 8일 금리를 동시에 내렸는 데도 단기 신용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고 미국 유럽 등 증시도 떨어지자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그동안 금융위기를 진정시킬 마지막 카드로 금리인하가 꼽혀왔지만 막상 금리인하가 단행되자 회의적인 시각이 시장을 짓누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인하가 임기응변적 대응이라는 시각과,단시일 내 정책 효과를 달성하진 못해도 서서히 경제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로 나뉘고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시장 참여자들의 자신감 회복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며 "고용감소,생산위축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지난 30년 동안 겪은 네 번의 경기침체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핵심인 주택 문제를 풀기 위해선 금리인하나 대규모 구제금융보다는 주택 소유자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일부를 정부 대출로 전환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야 차압을 최소화해 금융위기를 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파이프가 막혀 있는 상태에서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서 단시간에 신용공황이 해소될 수는 없다"며 "미 정부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융시장 안정책이 시행에 들어가면 서서히 신용경색이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와 FRB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만큼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테드 페리시 헨슬러에쿼티펀드 매니저는 "지금 확실한 것은 시장에 공포가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금리를 낮춰도 신용시장이 제 궤도를 찾을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황에 짓눌린 시장참여자들의 조급증이 정부 정책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갖게 하고 또 실망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분석이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FRB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은 장기적으로 경기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FRB가 마술지팡이를 휘둘러 단 몇 초 만에 경제문제를 다 치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미국 금리인하는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해 결과적으로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약세장 예측으로 유명한 '닥터 둠' 마크 파버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동시적 금리 인하가 현재의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7년 블랙 먼데이를 예측하기도 했던 파버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금리를 낮추면 사람들은 저축하기보다 돈을 빌리는 데만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리인하가 결코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