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만이 살 길이다. '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감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과잉 공급으로 출혈 경쟁을 벌여온 반도체업계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자동차,철강업계에도 감산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판매가 줄어들고 자금난이 심각해진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자 일부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근무 인원도 감축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GM의 유럽 공장 가운데 최대 10곳이 10~21일간 생산을 멈출 예정이다.

GM은 이와 함께 자금 확보를 위해 디트로이트 본사인 르네상스센터를 담보 삼아 5억달러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최근 GM 주가가 50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유동성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의 볼보 재규어 등도 이미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이달 말께 스코다 생산 공장의 가동을 일주일간 멈출 예정이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앞서 북미,유럽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중소형차 생산량을 10% 줄이기로 했다.

철강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신흥경제국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철강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올 4분기 15% 감산 계획을 발표했으며,일본 주요 철강업체들도 10~20%의 감산을 계획 중이다. 지난 6일에는 허베이강철 서우두철강 산둥강철 안강 등 중국 동부 4대 철강업체들이 20% 감산에 합의했다.


저가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업계도 감산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세계 2위 D램업체인 하이닉스는 내년 초순까지 반도체 생산량을 30% 감산하기로 했고,3위인 일본 엘피다는 지난달 중순부터 D램 생산량을 10% 줄이기로 했다. 대만의 파워칩도 지난달 D램 생산을 10~15%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액정표시장치(LCD)업계는 이미 올 상반기부터 감산에 들어가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만의 AU옵트로닉스(AUO)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는 지난 6월부터 10∼15% 감산에 돌입했고,한국 LG디스플레이도 8월 말 10%가량 감산했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