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신용위기가 급속히 번지고 각국 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7일 공식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성장률 전망이 더 나빠졌고 경기하강의 위험이 커진 만큼 현재의 통화정책이 적절한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를 더 암울하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 고통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후 시장에서는 FRB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기준금리 인하의 폭과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리선물은 FRB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에서 1.5%로 낮출 확률은 48%,1.25%로 0.7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58%로 반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FRB가 기준금리를 낮추면 중단되다시피 한 은행 간 대출이 정상을 되찾아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버트 브루스카 팩트앤드오피니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기가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과감한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RB 내에서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용이 경색된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도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반면 자칫 인플레이션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럴드 오드리스콜 FRB 전 관리는 "신용위기 때 금리를 인하해봐야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