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MBC 라디오 '이외수의 언중유쾌' DJ

"어른들이 나서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선플(칭찬성 댓글)'을 권장하는 거대한 물결이 일어나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소설가 이외수가 고(故) 최진실의 죽음 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넷 악플(악의적 댓글) 문화에 대해 한마디했다.

MBC라디오의 DJ를 맡게 된 그는 7일 저녁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악플러를 선플러가 되도록 유도하고 여러 조언을 해 줘야 한다"면서 "일부 의식있는 사람들이 나서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이 동참해서 이구동성으로 '남에게 상처주는 것은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수는 자신이 악플에 시달렸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네티즌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면서 네티즌으로부터 '꽃노털 옵하(오빠)', '본좌'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내 홈페이지에 악플러들이 몰려와 공격한 적이 있다"며 "그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 1만4천 건의 글로 도배했는데 결국 검찰에 고발해서 한 친구가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플에 대처하는 요령에 대해 "내 경우에는 맞받아친다"면서 "서로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애를 쓰는 게 좋지만 심해지면 법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13일부터 MBC 라디오 표준FM(95.9㎒)의 '이외수의 언중유쾌'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시사, 사랑 등 여러 주제에 대해 그만의 색다른 견해를 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프로그램의 PD에게 "내 인생 전체가 구설수다.

시말서 몇 장을 미리 써 두라"고 웃으며 엄포를 놓더니 "사회의 부조리와 왜곡현상에 대해 신랄하게 다룰 생각이며 내가 지원하는 밴드인 철가방 프로젝트의 음악을 풍자 등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초기 작품에서는 주인공 대부분이 자살하거나 좌절했는데 8년 동안 붓을 꺾은 후 다시 쓴 '벽오금학도'부터는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인생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난 후 제시할 수 있는 실제적인 구원과 행복을 전해줄 때가 온 것 같다"고 라디오 진행자로 나선 배경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인생상담' 코너도 마련될 예정이다.

그는 "청소년부터 대학교 2~3학년까지 학생들의 공통 상담내용은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라며 "이들은 더듬이가 잘려나간 곤충처럼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셈"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그들에게 '우선 온 힘을 다해 노력한 다음 내게 와서 상담을 하라'고 말한다"며 "자신을 혹독한 시련과 고통 속에 밀어넣고 강하게 키우라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MBC TV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 치매에 걸린 선장 역을 맡아 연기에도 도전했다.

"나는 낮과 밤을 뒤바꿔 사는 사람입니다.

오전 8시에 촬영장에 나가려면 '밤'을 새야 하지요.

강원도 화천에서 인천까지 3~5시간 걸려 가는데 온종일 기다렸다가 '아줌마, 감기걸려 빨리 들어와'라고 한 마디하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작가에게 대사를 많이 넣지 말라고 했더니 딱 한 마디씩만 들어 있더군요.

(웃음) 새로운 체험이라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
연기에 대해서는 "제정신이 아닐 때의 연기가 쉬웠다.

평소 내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면 됐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오히려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연기가 어려웠고, NG도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도 출연해 독특한 입담을 과시했다.

최근 잇따라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 관련해 "돈독이 올랐다는 지적도 있는데 내가 돈을 벌려면 글을 썼을 것"이라며 "나는 원고료가 가장 비싼 작가이며, 라면 하나 끓이는 장면 묘사만으로도 세 페이지는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로서 새로운 분야를 체험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라며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신간 '하악하악' 등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을 하지 않아도 책은 잘 팔렸다.

기본적으로 40만 부는 나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자신과 닮은 연예인으로 꼽히는 배철수와 얽힌 에피소드도 전했다.

"배철수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두 번 출연한 적이 있는데 '정말 형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감을 느꼈다"며 "방송 때도 죽이 잘 맞았고 배철수 씨가 '오늘은 음악을 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우리는 이야기만 나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