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주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툭하면 정부ㆍ여당이 포털 관련 규제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성장주로서 각광받던 과거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코스닥의 간판인 인터넷 포털주가 부진을 이어가자 코스닥시장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인터넷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없이 여론의 추이에 따라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株, 일제히 52주 신저가

7일 증시에서는 인터넷 포털주들이 일제히 장중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대장주 NHN은 이날 오전 한때 12만5100원까지 떨어지며 신저가 기록을 새로 쓴 이후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1.2% 떨어진 13만21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장중 주가가 30만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56%나 빠졌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이전으로 각종 기관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는 증권업계의 호평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다음SK컴즈도 이날 각각 3만4200원과 943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다음은 전날보다 2.92% 떨어진 3만4950원으로, SK컴즈는 3.98% 상승한 1만450원까지 올라 마감했지만, 작년 고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반토막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날 인터넷 포털주가 부진했던 것은 다시 한번 규제 리스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정부ㆍ여당은 최근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상의 근거없는 모욕과 악성 댓글을 처벌하는 '사이버모욕죄', 일명 최진실법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정부 반대 여론에 제갈을 물리려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ㆍ여당이 법안 처리를 강력 주장하고 있어 어떤식으로든 관련법이 만들어 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정부ㆍ여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우려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날 외국인은 인터넷주를 72억원어치 '팔자'에 나서며 최근 매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NHN의 경우 최근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두들겨 맞아

인터넷 포털에 대한 규제안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포털에 대한 규제안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그때마다 포털 업체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NHN이 시장지배적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다음과 SK컴즈 KTH 등도 담합 및 부당약관, 불법하도급 등이 있는지 조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NHN이 한 달여만에 20만원 아래로 주가가 떨어졌고, 다음과 SK컴즈 등도 급락세를 보였다.

4월 이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포털의 발목을 잡는 빌미가 됐다. 정부ㆍ여당이 포털의 강력한 여론 형성 기능에 화들짝 놀라 검색 사업자들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신문법(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을 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선ㆍ중앙ㆍ동아 등의 보수지들이 포털 다음에 뉴스 공급을 끊기도 한 것도 촛불집회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와중에 MBC 'PD수첩'은 NHN의 포커와 고스톱 등 웹보드게임이 실제 도박판과 다를 바 없다는 사행성 논란을 들고 나와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이후로도 각종 이슈가 있을때마다 포털은 '큰 영향력에 비해 책임은 거의 없다'는 식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두루 반영되고, 어느정도 합의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리저리 휘둘려 어느장단에 맞춰야 하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오랫동안 보관하지 못하게 해 놓고 실명제를 강화하라는 것은 모순된 것 같다"며 "정책들이 상충돼 혼란스럽다"고 했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포털 규제안은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니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해 관련주들에 대한 우려 또한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성장성도 예전만 못해 주가가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인터넷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없이, 고민 없는 규제안이 계속 나오는 이상 주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