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 “은행 해외자산 팔고 외화예금 유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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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재정부 장관-은행장 긴급 회동
외화유동성 공급시 자구노력 은행 우대
모럴 해저드땐 페널티 금리 등 엄격대응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적극 지원할 테니 은행은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달라."(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일부 은행들이 매입외환을 축소하고 있다. 이 같은 소극적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외화를 유치하라."(전광우 금융위원장)
"원화자산이라도 국공채나 우량한 공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라.행장들이 매일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철저히 점검하라."(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6일 아침 은행장들을 불러 놓고 강도높은 주문들을 쏟아냈다. 은행들이 정부에 "외환보유액을 풀어 은행에 직접 지급해달라" "국책은행이 외화를 조달해 달라"는 등 여러 요구를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안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질책과 경고로 볼 수 있다.
◆"외환 확보에 총력 다해야"
강만수 장관은 6일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스와프시장에서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무역금융 재할인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그러나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은행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며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 조기 매각,대기업 외화예금 국내 유치 등에 은행장들이 발벗고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광우 위원장도 "해외교포 외화예금을 우리 은행으로 유치하는 등 외화 유입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국책은행들이 해외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창 원장은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 강화가 요구되는 만큼 배당을 자제하고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 확충 및 충실화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엄격 대응"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환보유액을 통해 은행에 직접 외화를 공급하는 것이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일부 은행들이 외환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수출환어음 매입을 줄이고 만기가 돌아온 외화대출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은행 자체의 안전만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만수 장관은 "페널티 금리 부과를 통해 엄격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자구노력을 경주하는 은행이 우대를 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자구노력 수위에 따라 외화자금을 지원하거나 추후 리볼빙에 차등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 상황까지 대비해야"
정부가 은행장들을 강도높게 다그친 것은 당분간 신용경색 등으로 인한 시장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만수 장관은 "앞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부실채권 매입가격 수준 등에 대한 논란 등으로 법안 집행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며 "미국 구제금융법안으로 신용경색 완화 효과가 이머징마켓에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파격적인 조치를 할 상황은 아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괜찮다 괜찮다'하면서 당하지 않도록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것"이라며 "시장에 끌려다니기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정재형/차기현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