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다케모리 교수 "저성장 시대 진입"

글로벌 금융위기가 증폭되면서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번 위기는 수요 급감으로 인한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하락)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다케모리 슘페이 게이오대 교수(국제경제학)는 6일 "세계경제 침체가 이어져 전 세계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저성장이 지속되면 미 주택 버블의 싹을 틔웠던 신흥국의 자금 잉여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케모리 교수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회주의적 대책을 택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을 구제할 경우 금융산업도 '공공사업' 성격을 갖게 돼 금융산업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케모리 교수는 2003년 일본경제 부활을 주장한 '경제논전은 계속된다'는 책으로 요미우리 저작상을 수상하는 등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 경제와 관련,"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파산했을 때는 금융시장에 단기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 위기였으나 지난달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자산이 부채 가치를 밑돌아 발생했다"며 "미국은 금융위기를 넘어서 주택가치 폭락에 따른 구조적 위기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뉴스위크(10월13일자)에 기고한 '미국의 종언'에서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를 우려했다. 그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미국식 경제모델이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깨졌고,세계경제를 이끌어온 미 경제의 탈선은 전 세계 경제의 동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쿠야마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모델이 미국식 가치를 대신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국의 패권은 건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이를 앞당기기 위해 미국은 국가 기능의 최소화라는 정책기조를 버리고 공공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소비는 위축되면서 디플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메르츠방크의 조에르그 크래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의 망령이 수개월 내에 다시 벽장에서 튀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토니 탄 부회장도 "디플레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