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서로 상대 업계의 장점을 따다 자기 방식으로 소화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생·손보 교차판매가 허용된 데다 내년부터는 생·손보 상품을 한곳에서 파는 보험판매전문회사(보험플라자)도 도입돼 생·손보 간의 장벽은 빠른 속도로 붕괴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1일 생명보험사 최초로 통합보험 상품인 '퓨처30+퍼펙트 통합보장보험'이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통합보험은 여러 개의 보험 상품을 한데 묶어 한꺼번에 가입토록 설계한 상품으로 그동안 손보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팔아왔다. 이 상품은 여러 상품에 따로따로 가입했을 때보다 보험료가 20∼30% 정도 싸다는 게 장점이다. 또 한 건의 계약에 여러 명의 가입자를 붙일 수 있고 보장 내역을 추가하거나 빼는 것도 자유롭다.

대한생명도 지난달 1일부터 가족이 함께 가입할 수 있는 통합형 보험상품 '토탈 라이프플랜 종신/CI보험' 판매에 들어갔다. 통합보험은 그동안 손해보험업계의 간판 상품이었으나 이번에 생보사도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교차판매 시행에 따라 생·손보사도 일종의 경쟁 관계에 접어들었다"며 "상대 업계에서 팔던 상품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적극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또 지난 5월부터 손보사의 독점 영역이던 실손형 민영 의료보험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통합보험의 주요 보장 내역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부분을 빼고 실제 소요된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맞서 손보업계는 생보사의 변액보험을 본뜬 투자형 상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보험료의 일부를 코스피200지수에 연동한 파생상품에 투자해 보통 상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하이 세이프 인덱스보험'을 출시했다.

보험업계에선 주식 채권 등에 보험료를 일부 투자하는 변액보험이 생보사에만 허용돼 있어 현대해상이 이와 비슷한 투자형 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변액보험시장 진출을 수년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