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처분조건부 주택대출'의 규제완화책으로 우선 처분기한 연장을 검토 중이다. 처분조건부 대출이란 투기지역 내 아파트를 사면 기존 주택을 1년 이내에 팔기로 약정하고 받는 대출을 말한다. 1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연 16~21%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하며 3개월이 지나면 해당 주택은 경매 등 강제처분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거래마저 성사되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이 같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처분조건부 대출의 이행기간을 현재 1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해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처분기한을 연장해 주면 연 16~21%의 높은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는 시점과 경매 등 강제처분에 들어가는 시점도 자동 늦춰지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뿐 아니라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 기한을 연장해 준다 하더라도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고통을 줄여줄 수 없으며 오히려 고통을 연장하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처분조건부 대출제도는 2005~2006년 집값 급등 시기에 매물을 늘리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일부 초법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며 "초법 논란을 없애기 위해 제도 폐지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처분조건부 대출 건수는 7만1000여건,액수는 7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지난 상반기 1만1000건에 이어 하반기에는 1만9000여건의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 1만1000여건의 처분조건부대출 중 200여건이 연체돼 최대 연 21%에 달하는 연체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경매에 들어간 경우도 10여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의 연체이자 부과 91건,경매 진행 3건보다 2~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분조건부 대출을 받고 유예기간에 주택을 파는 등 계약을 이행한 비율이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이행률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