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ㆍ도시빈민 등 빈부差 해소 초점
'크고 강하게' 산업 재편도 추진키로


'싼루쑤두(三鹿速度)'.중국 개혁ㆍ개방 30년의 양면을 담고 있는 말이다. 싼루는 공업용 원료인 멜라민을 분유에 넣어 세계적인 멜라민 파동을 몰고 온 악명높은 분유회사다. 하지만 멜라민 파동이 나기 직전까진 '싼루쑤두'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여왔다.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한 싼루의 성장 신화를 빗대 중국과 중국 기업의 눈부신 성장 스피드를 칭송하는 뜻을 담고있는 말이었다.

'싼루쑤두'는 신호 위반과 과속으로 점철된 것이었음이 이번 멜라민 파동으로 드러났다.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점령한 중국산 유제품 원료는 네슬레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만든 과자 초콜릿 분유 등에 안 쓰인 곳이 없을 정도로 널리 퍼졌다. 그 원료엔 공업용 재료인 멜라민이 첨가돼 있었고,분유 원료 중간제조상이나 심지어 농부들조차도 마음대로 멜라민을 첨가할 수 있었다. 이제 '싼루쑤두'는 초고속 성장이 아닌 외화내빈의 중국 경제와,허약한 산업 펀더멘털을 상징하는 말로 전락했다.

이번 17기 3중전회는 "브레이크를 밟아 '싼루쑤두'에 제동을 거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속도지상주의적 성장이 아닌 질적인 성장,외형이 아닌 경쟁력의 증강,성장의 열매가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분배의 원칙을 확립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개혁ㆍ개방 30년의 성과는 받아들이되 모순은 제거하는 2차 개혁ㆍ개방의 깃발이 오른다는 것.


2차 개혁은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우선 안으로는 빈부격차의 해소다. 지난달 하순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선 '중국이 세계 경제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결론은 '아니다'였다. 이유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이는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져 진정한 리더가 될 자격을 결여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소득격차는 심하다. 지난해 중국의 지니계수는 0.49였다. 1978년엔 0.16에 불과했다. 지니계수는 소득의 불평등차를 나타내는 것으로,0.4 이상이면 상당히 불평등한 것을 뜻한다. 정부의 보도 통제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집단시위가 연간 수만건에 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7억3000만명의 농민들은 경제발전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각각 3.21 대 1과 3.22 대 1이던 도ㆍ농 간 수입격차는 지난해 3.28 대 1로 벌어졌다. 올해는 3.30 대 1까지 벌어질 것으로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는 내다봤다. 도시 근로자 수입이 농민보다 3.3배 많다는 얘기다. 전세계 평균은 1.81 대 1이다. 이번 회의가 '삼농'(三農ㆍ농촌 농민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달 초 안후이성을 방문,"농민들의 경작권이 양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밖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싼루식의 발전모델을 지양하기 위한 '집중화'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3년 내 10개 철강회사가 전체 생산량의 50%를 차지토록 한다는 '3ㆍ10ㆍ50 프로젝트' 등 '크고 강하게(又大又强)' 프로그램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쩌우추취(走出去ㆍ밖으로 나가자)'로 표현되는 해외 진출도 가속화될 것이다. 정핑 홍콩사회연구소장은 "지난 30년간의 해외 진출이 해외 시장 진입을 의미했다면 앞으로 30년간은 글로벌 경쟁에서의 승리를 추구한다는 것을 뜻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카이쉬안 난징대 교수는 지난 1일 주강만보의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국력은 세계를 우습게 볼 정도로 강해졌지만 보통사람들의 생명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기업이 2류 제품만 만든다면 어떻게 발전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17기 3중전회가 내놓을 답안이 주목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