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미국 월가에서 최고경영자(CEO) 고액 연봉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면서 국내 증권가에서도 고액 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 임직원의 연봉은 월가에 비해서는 물론 적지만,증시 조정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막대한 투자 손실로 고통을 당하는 데도 직ㆍ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증권맨들이 아무런 고통 분담 없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높은 고액의 연봉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23개 상장 증권사들의 임원 연봉은 평균 5억2100만원에 달해 증시가 본격 상승기였던 2005년의 4억3400만원에 비해 9000만원가량 늘었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임원들 평균 연봉이 각각 12억4900만원과 11억9000만원으로 10억원을 넘으며 신영ㆍ삼성ㆍ키움 등을 포함한 상위 5개사 평균치는 7억원을 초과하고 있다.

임원 평균 연봉은 1억원대인 한양ㆍ유화ㆍ교보 등 일부 증권사들을 제외하면 전체 평균이 더 올라간다. CEO만 따지면 대부분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작년 증권사 남자 직원의 경우 평균 연봉이 990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해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고객들의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주어지는 자산운용사의 임원연봉은 수탁액 기준 상위 10개사의 경우 작년 평균 3억8000만원으로 전년보다 85.5% 급증했다.

이처럼 증권업계 임원들의 연봉은 삼성전자 등 일부 상위 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10위권 수준이지만 미국 월가에 비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5대 투자은행(IB)으로 군림했던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메릴린치,리먼브러더스,베어스턴스 등은 경영진에 지난 5년간 31억달러(작년 말 원ㆍ달러 환율 938원 기준으로 2조9078억원)를 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국내 증권업계 연봉이 실력과 투자자들의 고통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업계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올해 주식형펀드에서만 43조원의 손실을 봤다. 중국펀드에서는 16조원을 까먹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증권업계 임직원 연봉이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CEO들이 영입되면서 급등해 그 영향이 아직도 지속되며 일부 거품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임직원들은 연봉에 합당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투자자들에 손실만 안겨주는 등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업계 임금이 월가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에서 고액연봉 논란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증권연구원 이석훈 연구원은 "증권업계 연봉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아 인재유치 등을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성과급을 얼마나 잘 유도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