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판 제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152억달러의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 충격을 주고 있다. 미 자동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GE도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GE는 1일 워런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로부터 30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2일 유상증자를 통해 122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미 제조업의 자존심이자 1896년 다우지수가 12개 기업으로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GE가 투자와 무관하게 대규모 자본을 유치한 것은 그만큼 경영환경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증자 배경

GE는 지난해 222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둔 초우량 기업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선 것은 GE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GE캐피털이 금융위기로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GE캐피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는 많지 않지만 상업용 부동산과 중소기업 대출자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이들 자산도 부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GE의 재무 안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결과 GE가 단기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이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치솟는 현상이 빚어졌다.

GE캐피털의 부실 가능성과 함께 GE 자체의 영업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GE는 지난주 3분기와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례 없는 금융산업의 침체와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을 연기하고 배당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버핏 투자유치로 돌파구

GE는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곤욕을 치르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에게 긴급히 구조를 요청했다. 버핏은 위기에 빠진 골드만삭스에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듯,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인 GE의 손을 잡아줬다.

버핏이 대주주인 벅셔 해서웨이는 30억달러를 투입,매년 10%의 배당을 받는 GE의 영구우선주를 인수했다. 또 주당 22.25달러에 보통주 30억달러어치를 인수할 수 있는 주식매수권(워런트)도 확보했다. 앞서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할 때와 똑같은 방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