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스위스 로잔 호텔학교(Ecole Hotelier De Lausanne) 출신이 호텔리어가 아닌 바리스타(커피제조 전문가)에 도전하고 있어 관심이다. 주인공은 2006년 ㈜우연한행운을 설립하고 작년 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에 커피와 차(茶) 전문점 '서렌디피티(SERENDIPITY)' 1호점을 오픈한 김상훈 대표(31).김 대표는 8개월 만에 서렌디피티 1호점의 한 달 매출을 200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불황의 한파를 겪고 있는 경쟁 업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지금은 국내에 20여명의 동문이 활동하고 있지만 1998년 입학할 때는 7번째 한국인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누구나 동경하는 명문 호텔학교 출신이 바리스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졸업논문의 주제가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를 회계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이었어요. 논문쓸 때 스타벅스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체험해보려고 스위스에 있는 스타벅스 점포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이 때 '차의 경쟁력을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커피전문점 사업을 열면 스타벅스와 충분히 겨뤄볼 만하겠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

그는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지만,차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 영역으로 남아있다"며 "'커피+차'가 시너지효과를 내면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우연한행운엔 김 대표의 비전에 공감하는 로잔 호텔학교 동기동창들이 주주로 참여했다고.주주 가운데는 스페인 대형 식음료회사인 모가 그룹의 오너 자녀와 이탈리아 리조트 체인인 오브라이트사 상속자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렌디피티를 스타벅스를 뛰어넘는 세계 1등 브랜드로 키우는 것.그는 "1호점도 일부러 스타벅스 매장 옆에 냈다"며 "5년 내 한국에서 200개 직영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인과 브랜드 이름 '서렌디피티'는 '내가 만든 커피가 고객들에게 '우연한 행운'을 가져다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저는 로잔 호텔학교 졸업 이후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와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하며 '밑바닥' 경험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반응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죠." 젊은 사업가답지 않은 내공이 엿보였다.

글=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