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종교학자 길희성 서강대 교수 지적
한신대 등 공동주최 학술대회 기조발제서


"동방교회.서방교회.개신교 할 것 없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유일무이'한 계시인가라는 것이다. '오직 예수'를 통하지 않고는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없으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없는가. 이 문제에 대해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한,즉 그리스도교가 계시의 독점권을 주장하는 한 그리스도교의 배타성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

기독교 신자로서 불교를 연구해온 원로 종교학자인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65)는 지난달 30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감리교신학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성공회대 신학연구원,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 등 진보적 신학 노선을 견지해온 3개 대학 연구소가 종교와 사회에 대한 폭넓은 대화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공동 학술모임을 갖기로 하고 처음 마련한 자리.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가 단순한 부주의나 실수라기보다 종교적 신념과 사명감을 반영한 것이며,그 배후에는 한국 기독교계 일반의 배타성과 공격적 선교열이 작용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한국기독교의 배타주의-근원과 현상'을 주제로 잡았다.

기조발제를 맡은 길 교수는 한국 기독교의 종교적 배타성과 공격적 선교는 한국 기독교계를 지배하는 '근본주의'신앙이나 보수적 복음주의 신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을 믿는 '계시종교'로서 태생적으로 지닌 보편성과 배타성의 양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그리스도교 일반의 배타성에 편협한 문자주의적 성서 신앙과 값싼 은총을 남발하는 대속신앙이 더해져 한국 기독교 특유의 배타성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타 종교에도 하나님의 계시가 있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구원의 진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한 배타성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나님은 타 종교와 타 문화를 통해서도 자신을 알렸으며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보는 다원주의 신학,타 종교에서 발견되는 거룩함.사랑과 정의.아름다움 등의 긍정적 가치들을 '우주적 그리스도'의 활동으로 간주하는 포용주의 등을 개방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 교회사에 나타난 기독교 배타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이숙진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한국 기독교는 선교 초기부터 문명과 야만,정통과 이단,성도와 외인,정복 대상인 북한과 욕망 대상인 미국 등의 이분법을 통해 배타주의를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무수한 타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배제하는 배타주의가 개신교의 위기를 초래했으며 이에 대한 심층적 자기성찰을 통해서만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