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에 녹색바람이 거세다. 정부는 녹색 성장을 발표하고 기업은 녹색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의 많은 연구시설에서는 숨 쉬는 공기에서부터 제품 하나하나에 안전한 환경기준을 마련하고 정확한 표준을 설정해 기업과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틀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이런 기준 설정의 대부분 작업이 '메이드 인 재팬'의 장비와 기술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얼마 전 나노 물질 안전성 평가연구를 목적으로 국내 한 기업의 흡입독성모니터링시스템을 채택,유해성을 평가한 적이 있다. 대부분 국내 연구소의 장비는 일본이나 독일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관례지만,기술력에 차이가 없다면 국산제품으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결과 국산장치를 사용하는 게 단순히 평가 결과를 넘어서 우리 기술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길이라는 걸 확인했다.

'녹색산업'가운데서도 나노 기술은 많은 나라에서 신성장동력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분야다. 그런데 나노기술은 아직 검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유해성 논란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관련 제품 사용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은 국내 기업이 항균 목적으로 나노 기술을 적용한 세탁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노 기술의 안전성 확보가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현재 미국은 나노 재료 안전취급 지침 개발에 매년 3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지만,한국은 10억원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외산 장비에 의존해서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측정기술을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업의 생존권 자체를 넘겨준 것과 같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화두라는 '환경 비즈니스'는 지금까지 국가와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실용화될 출발선상에 있었다. 이제 경쟁을 알리는 녹색불은 켜졌고 그 경쟁에서 앞서 달려가려면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준선 확립과 기술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