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들이 공적자금 7000억 달러 투입을 뼈대로 하는 미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됐다는 미국발 악재로 인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30일 오전 9시 23분 현재 지주사 전환을 위해 거래가 정지된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지주(-6.20%) 우리금융(-6.75%) 외환은행(-4.93%) 기업은행(-6.87%) 하나금융지주(-5.62%) 등 은행주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양증권 KTB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골든브릿지증권 HMC증권 교보증권 동부증권 한화증권 등 증권주들도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5% 이상 떨어지고 있고, 삼성화재(-2.16%) 동부화재(-5.77%) 현대해상(-2.75%) LIG손해보험(-3.17%) 등 보험주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금융업종지수는 이 시각 현재 전날보다 20.34포인트(-4.45%) 급락한 436.47을 기록하고 있다.

미 하원은 29일(현지시간) 금융구제 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과반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법안이 재상정돼 결국 미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는 예상하고는 있지만 당분간 후유증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구제금융 법안이 10월 2일 이후 재상정되더라도 원안에 비해서는 그 내용과 규모가 상당 부분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개입 강도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구제금융 효과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법안이 재수정될 경우 7000억 달러라는 금액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세부원칙 마련에 따른 조건부 지원이라는 불투명성도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기에 이미 시작된 유럽지역의 금융 위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미 시장에 비해 조용했던 유럽 금융시장이 9월 말 들어 영국의 B&B가 국유화 된 것을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널란드 등지로 금융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미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작성해 의회와 밀고 당기기를 하며 최종 가결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기간 중 금융시장이 계속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