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美호재에도 19P 미끄럼
원·달러 환율 급등 투자심리 찬물


미국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매도 공세로 코스피지수가 반등에 실패해 1450선으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환율·채권 금리 상승이 투자심리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어 당분간 불안한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500선 회복을 넘보기도 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 19.97포인트(1.35%) 하락한 1456.36에 장을 마쳤다. 이날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59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2004년 3월3일(8214억원)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많은 매도 규모다.

외국인이 지난 3월19일(5342억원) 이후 최대인 4725억원의 순매수를 보이고,개인도 3776억원 규모의 매수에 나섰지만 기관의 매도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특히 투신의 매도 공세가 거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09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사상 8번째로 큰 규모이고 올 들어선 3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 같은 투신의 순매도는 주식형펀드 환매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단기 자금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주식을 30%까지 보유한 채권혼합형펀드에서도 환매 조짐이 일면서 투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채권혼합형펀드에선 이달 들어 26일까지 1조8010억원이 빠져 나갔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급등이 주가 반등 시도를 억누르는 양상이 벌어졌다"며 "기관은 환율에다 채권시장 불안까지 겹치자 서둘러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고 전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구제금융안 합의 소식에도 추세 전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실적 부진 종목을 중심으로 기관이 매물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자금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기업의 채권을 보유한 운용사들도 불똥을 맞게 됐다"며 "채권보다는 유동성이 좋은 주식을 먼저 내다파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에서 매수세가 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투신이 펀드 내 주식을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날 외국인이 5739계약(5490억원)의 선물을 매도하자 인덱스펀드를 중심으로 차익거래에 나선 투신이 선물을 5422계약(5210억원) 사들이는 대신 주식(현물)을 대거 정리했다. 단기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차익거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환 삼성투신운용 팀장은 "지난주 증시가 반등세를 보였지만 증시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다"며 "이에 따라 투신은 자금 집행보다는 차익거래에 치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수를 이어온 연기금이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주목된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이 급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지수를 끌어올리는 주도적인 매수 세력으로 활약하기는 어렵다"며 "이날은 미 구제금융안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처음으로 열리는 장이라서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았는데 결국 이 기대가 무너져 당분간 조정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경영/김재후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