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000억弗 구제금융에도 시장 변동성 여전

고용ㆍ주택경기 내년까지 악화 가능성
美국채발행 급증…中ㆍ중동 협조가 관건


미국 의회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 협상이 타결되자 이제 시장의 관심은 구제금융 지원 효과에 쏠리고 있다. 지원 효과 여부에 따라 주식 채권 환율 등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구제금융 정책 효과를 낙관하는 쪽에서는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시장 기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자산 매입을 통해 금융사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만큼 금융사 간 자금 거래 경색이 풀리고,금융사 부도 위험 상품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28일 "이번 조치는 금융사들로 하여금 신용을 공급하게 하고,이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도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돈을 빌리기가 수월해질 것"이라며 "은행 간 자금거래 재개 여부가 구제금융 정책 효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테리 코넬리 골든게이트대 비즈니스스쿨 학장은 "신용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가 회복되는 만큼 단계적으로 정상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악화되는 추세여서 구제금융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구제금융안이 의회 승인을 받아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암울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이 효과를 발휘하더라도 2010년에야 고용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택경기가 내년 중반까지 계속 악화되다가 2010년께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7000억달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자칫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퀸시 크로스비 하트포드 수석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 모기지 금리는 오르고 시중자금은 다시 상품시장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금융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7년의 '블랙 먼데이(주가 대폭락)'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마크 파버는 "주식과 주택,CDS 시장 규모는 1300조달러에 달한다"며 "구제금융이 과잉 레버리지를 완전히 해소시켜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세계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유동성 부족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 캐나다 영국 일본 호주 등 8개 국가의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일시적 통화 교환예치(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한도를 기존의 29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를 더 늘려 총 62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RB는 "중앙은행들은 서로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며 자금압력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유병연 기자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