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이 어려운 시험문제를 받아든 학생처럼 고민에 빠졌다.

시험문제란 바로 '간통죄'와 '종합부동산세'의 위헌 여부다. 둘다 심판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가족관계와 조세체계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때문에 이 소장은 가능한 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리며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이 소장이 간통죄 공부를 하느라 법학 교수의 관련 책을 다섯번이나 읽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또 "간통죄는 100년 후 우리나라의 가족형태까지 염두에 두고 위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종부세의 경우 조기 결정을 촉구하는 여론의 압력도 거세다. 국세청이 11월25일까지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보낼 예정이어서 이보다 앞서 위헌 여부를 가려줘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소장은 이르면 11월 초순에 위헌 여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또 지인들에게 "미국은 낙태허용 여부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가 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준도 없고,또 진정한 진보와 보수가 있느냐"고 말해 헌재 결정이 가져올 이념시비에 대해서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