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로드·팅크웨어 등 직접 지도개발…러시아·유럽시장 공략
국내시장 20배 규모인 미국도 본격 진출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해외 지도를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내비게이션용 지도만 만들던 회사가 해외 지도를 개발하는가 하면,만들어진 해외지도를 구입해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만들어 수출하던 국내 회사도 해외지도 개발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까지 450만대가량 보급된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보다는 보급률이 낮은 해외 지도를 개발하는 게 향후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이다.


◆지도 자체개발로 해외 공략

국내 내비게이션시장 2위 업체인 엑스로드는 지난 26일 러시아 전자지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위 업체 팅크웨어는 지난 6월 유럽지도'팅크나비 1.7'을 탑재한 단말기'팅크나비 T7'을 유럽 45개국에 내놨다. 3위 업체인 파인디지털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지도를 개발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해외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팅크웨어는 내비게이션 보급률 15%인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팅크나비 1.7의 후속버전을 개발,내년 초께 유럽 전 지역에 선보일 예정이다. 엑스로드는 세계 자동차 시장 5위 국가인 러시아에서 2차원(2D) 지도를 내놨고 앞으로는 3D 지도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정훈 엑스로드 마케팅 팀장은 "2006년부터 러시아 지도를 구입해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러시아에 수출해오다가 원가절감 및 영업이익 증가를 위해 지도를 자체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엑스로드는 현재 북미,일본,한국의 지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남미,유럽,아시아 지역의 지도 개발을 계획 중이다.

단말기에 넣는 전자지도만 개발하는 업체들의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지도업체 시터스는 지난해 중국과 호주의 지도를 수출,총 80억원의 매출 가운데 20억원을 해외에서 거뒀고 연내에 인도,동남아시아,유럽,북미 지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터스 해외영업부 관계자는 "올해 예상매출 200억원 가운데 100억원은 해외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도업체 엠앤소프트도 지난해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호주 북미에 지도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엔 인도 러시아 중동 등 6개국,내년 초엔 서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지도도 선보일 계획이다. 엠앤소프트는 올 상반기에 해외매출 30억원을 달성,올해 안에 6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시장 맞먹는 해외 5%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해외지도 개발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해외 시장 규모가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이봉형 엑스로드 대표는 "올해 미국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5%만 차지하더라도 125만대 규모로 국내 예상 보급량인 160만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높은 기술력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국내 지형을 잘 표현해 어느 나라의 지형도 구현하기 쉬운 데다가 지상파DMB,실시간 교통정보(TPEC) 등 기술력 면에선 톰톰,가민 등 해외 업체보다 앞서 있는 것.게다가 국내시장에선 팅크웨어(45%) 엑스로드(10%) 파인디지털(5%) 등 1~3위의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분석이다. 영국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비게이션 시장점유율은 팅크웨어가 12.8%로 노키아,톰톰,가민 등 글로벌 업체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동남아시아,호주 등의 지도를 개발해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팅크웨어의 선례를 보고 해외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