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고금리 연금 가입자 '여유'

재무상담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요즘처럼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불을 꺼야 하는 소방서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소방수를 자처하던 미국은 자신의 집에 난 큰 불을 진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이란 강력한 소화기를 갖다댔다. 급한 불은 끄겠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게 '부자들은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만 해도 서민만 힘들었지 부자는 더 큰 돈을 벌었다는데 최근 같은 상황에서도 부자들은 뭔가 특별한 비법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이번 금융위기에서 부자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안전자산에 대한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부자라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고수익을 내는 특별한 투자비법을 갖고 있진 않다.

주로 만나는 강남의 VIP 고객 대부분이 주식과 펀드,부동산에 돈이 묶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주식이나 펀드를 현금화할 용기도 없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매물을 섣불리 내놓을 수가 없다.

이럴 때 가장 여유로운 사람이 바로 연금에 가입한 고객들이다. 오래 전에 연금에 든 고객은 이번 금융위기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특히 고금리의 확정금리형 연금상품이나 주식편입 비율이 낮은 안정적인 변액연금에 가입한 고객들은 이번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연금은 매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금이라고 부른다. 요즘 같은 시기에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은 공실 발생으로 임대인 관리에 신경써야 하고 매년 건물도 개보수해야 하지만 연금에 들었다면 사망 시까지 매년 고정적인 수입이 확정돼 있다. 연금상품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확실한 재테크 수단인지 알 수 있다.

실제 고액자산가들은 올 들어 포트폴리오를 보수화하고 있다. 삼성생명 FP센터가 최근 금융상품 선호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펀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26.3%에서 20.5%로 5.8%포인트 낮아진 반면 연금 등 보험상품은 같은 기간 11.4%에서 22.6%로,은행 예·적금은 20.3%에서 23.1%로 각각 증가했다. 이 같은 고액 자산가의 보수화 성향은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고액자산가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눈여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들이 재테크 트렌드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많은 고객이 장기 상품보다 단기 상품을 선호하고 안정적 수익에 비해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을 추구하지만,포트폴리오에 단기 위험자산 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제 상황 변화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1~2년만 재테크할 것이 아니라면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안심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삼성생명 골드브랜치 유수진 LC(life consult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