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용 소형주택은 팔고 '고가 1주택'으로 갈아타기

수익형 부동산도 알짜만 보유 땅 살땐 호재 있는 곳만 '찜'


미국발(發) 금융 허리케인과 실물경기 위축 우려로 보유 부동산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자산가들이 많다.
투자용으로 갖고 있던 1∼2개 소형 주택들을 처분해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넓고 입지 여건이 뛰어난 주택 한 채로 갈아타려는 분위기다.
중·소형 빌딩을 통해 임대수익으로 먹고 사는 부자들은 공실률이 높은 빌딩을 처분해 수익성 좋은 매물로 '선택과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컨대 상품별로 '똘똘한' 한 가지씩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다.

◆고가주택 수요 늘어날 듯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침이 알려진 지 1주일가량이 지났지만,주택시장에서는 아직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유입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영업 중인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시장 여건이 불안한 데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 사이에 표출된 이견 등으로 매수 희망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재건축을 포함한 개포동 일대 아파트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송파 서초구 등 다른 강남권 지역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종부세 완화 조치로 재건축 아파트 등 투자용 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고 실거주용 '고가 1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수도권에서는 인구구조상 중·대형 주택의 주요 수요층인 40∼50대가 2020년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1인당 주거면적도 한국이 현재 26㎡로 일본(36㎡),미국(68㎡),영국(38㎡) 등 선진국에 비해 좁은 편이다. 정부가 '9·19 대책'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중·대형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중·대형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고 국내외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경기 위축 때는 주택도 과소비보다는 실속 소비로 돌아선다"며 "투자형 소형 주택을 팔고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현상이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일부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에도 자산 다이어트 바람

자산가치 상승분에 더해 꼬박꼬박 현금을 챙길 수 있어 부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들도 수익률이 높은 일부 지역의 물건만 놔두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매물들은 시장에 내놓으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초동에서 영업 중인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낮은 연 5%대 미만으로 떨어지는 수익형 부동산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처분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PB팀장은 "용인지역 택지지구에 보유하고 있던 10억∼15억원짜리 점포 겸용 단독주택 2채를 한꺼번에 매각한 고객이 있었다"며 "수요가 말라붙은 게 매각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은 "실물경기 침체로 월세가 잘 나가지 않아 중·소형 빌딩의 연 수익률이 연 4%대에 머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서울 핵심 상권인 송파구나 신촌 일대의 수십억원대 알짜 빌딩의 매각을 고려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높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물건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자산 리모델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토지도 재료 있는 곳만 골라라

정부가 최근 대규모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수도권 그린벨트 규제 완화 등 토지 시장에 훈풍을 몰고올 대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위축된 땅거래가 쉽사리 살아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땅에 투자할 때도 재료가 있는 지역을 콕 집어 공략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정부 정책에 따른 대형 개발 프로젝트 예정지들은 개발 압력으로 장기적인 시세 상승이 가능하고 거래도 비교적 쉽게 이뤄져 개미투자자 입장에서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그린벨트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외에도 5+2 광역경제권역 개발이나 4대 초광역권 계획 등 이전까지 유지돼 왔던 국토이용계획의 기간을 바꾸고 도시 적용지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규모 개발예정지 주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