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부진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연일 상대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제책의 의회 통과 불확실성으로 23일(현지시각) 미국 증시가 1% 넘게 떨어졌지만 24일 오전 11시21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1490선을 넘으며 1500선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아시아 주요 증시 중에서 홍콩 항셍지수가 1% 넘게 오르고 있을 뿐 일본 닛케이(-1.03%), 대만 가권(-0.50%), 중국 상하이종합(-2.70%) 등 대부분은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이 국내 증시가 예상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 장마감 후 호재성 소식이 반영되고 해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못 오른 부분을 뒤늦게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토러스증권 이경수 투자분석팀장은 "뉴욕 증시 마감 이후 나온 골드만삭스에 대한 워렌버핏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장마감 후 버크셔헤서웨이가 5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소장호 연구원은 "최근 미국 폭등에도 상승폭이 적었기 때문에 키높이를 맞추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미국 시장에 대한 내성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국내 증시의 의아한(?) 반응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아직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이경수 팀장은 낙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구제책의 후폭풍이 우려되긴 하지만 당장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팀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8월 초순 6.2%에서 현재 5.8%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이는 미국 소비와 부동산 시장과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미국 구제책이 진통 과정을 겪겠지만 기본적으로 신용위기 완화를 가져오면서 국내 증시가 10% 이상의 안도랠리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술적인 분석을 통해 코스피가 안정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학 연구원은 "20일 이동평균선에 대한 지지력이 강화돼 향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상승세 유지 여부는 단기 저항대인 1470~1500선 상향돌파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장호 연구원은 한국 증시 강세가 내부적인 체력 회복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승세 지속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소 연구원은 "키맞추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해외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임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지금까지는 급락에 따른 가격 메리트가 가장 큰 모멘텀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안정을 보이려면 달러가치 반등, 차입비용 감소에 중요한 리보금리 하락, 국내 은행 CDS 및 원/달러 환율 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장 마감후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기대심리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