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 등 통화옵션 손실로 무너진 태산LCD로 인한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4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나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통화옵션의 경우 해당 기업이 정산하지 못하면 이를 판 은행이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추가손실 발생

태산LCD의 키코 관련 손실은 지난 6월 말(원·달러 환율 1043원)까지만 해도 800억원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그 이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거래로 피해 규모가 39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4월 환율 약정구간을 980∼1030원으로 높인 피봇 계약을 맺었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까지 치솟은 탓이다.

태산LCD와 관련된 통화옵션 거래 익스포저(환율 1150원 기준)는 △하나은행 2861억원 △산업은행 400억원 △신한은행 300억원 △씨티은행 200억원 △국민은행 150억원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산LCD가 키코 손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래한 피봇은 환율이 약정구간 밖에서 움직이면 무조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약정구간 상단을 벗어날 때만 손실이 나는' 키코보다 더 위험하다. 세계 1위 제품을 생산하는 모 기업의 경우에도 키코 계약을 정산하지 못해 판매처인 SC제일은행이 지난 7월 수백억원을 대지급하고 이를 청산한 뒤 부실채권으로 분류,충당금을 쌓고 있다. 이 기업은 씨티은행 등 2∼3곳의 은행이 통화옵션 거래를 했으며 연말까지 수백억원 이상을 대지급해야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키코 계약을 맺은 68개 중소기업이 이처럼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6월 말까지 4016억원(확정손실 1492억원,평가손실 252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그 이후 환율이 100원 가까이 올라 키코 손실이 늘어난 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또 다른 투기적인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12개 기업이 스노볼에 가입해 2000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피봇의 경우에도 10여곳의 기업이 계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노볼은 전달 환율변동폭이 다음 달 행사가격에 누적돼 반영되는 상품이다.

◆기존 여신마저 부실화

은행들은 이에 따라 기업들과 거래한 통화옵션 집중 관리에 나섰다. 거래 기업이 부도를 낼 경우 통화옵션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여신마저 부실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산LCD의 경우 6월 말 현재 산업은행 369억원,하나은행 100억원 등의 장기차입금이 있으며 단기차입금도 765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지난주 키코 거래를 한 지점들에 △전체 통화옵션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손실규모 등을 점검할 것 △선물환 계약을 제외한 파생상품 거래를 자제할 것 등을 통보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