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다. "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캐피털 대표(57)는 지난 17일 리먼브러더스의 북미지역 투자은행(IB) 부문과 뉴욕 본사 건물 등을 17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이아몬드 대표는 자신의 말대로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자산 일부를 인수하면서 일생일대의 '베팅'을 하고 있다. 바클레이즈가 리먼 북미 투자은행 부문을 인수하면 메릴린치를 제치고 미국 내 3위 투자은행으로 올라선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일본법인의 투자은행과 주식중개 사업부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지난 14일 저녁 리먼브러더스의 임원인 바트 맥데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이아몬드 대표와 그의 팀이 4일 동안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했다가 미 정부가 금융지원을 거절하면서 딜이 깨진 상황이었다. 맥데일씨는 만약 리먼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리먼의 사업부문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밤잠을 설친 고민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

그의 결단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월가에서 포커게임을 벌인다면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켄 루이스 회장보다 한수 위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인 다이아몬드 대표는 코네티컷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채권 트레이더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건스탠리에 취직해 13년 동안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다. 이후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을 거쳐 1996년 당시 바클레이즈의 투자은행 사업부문인 BZW에 합류했다.

채권운용 쪽을 맡았던 그는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사업부문 전체가 폐쇄될 위기를 넘긴 이후 바클레이즈의 투자은행 부문을 유럽 최대로 발전시켰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