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을 맞은 세계 주요 국가는 올 들어 예외 없이 급증한 공매도로 골치를 앓고 있다. 헤지펀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공매도 전략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 이후 공매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공매도 거래가 3조달러로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달했다. 한국의 올해 공매도 비중이 4%인 데 비하면 4배나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공매도 규모가 이처럼 큰 것은 관련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식 현물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을 매도하는 '네이키드(naked)' 공매도를 허용해 왔으며 공매도 종목과 금액 제한도 없다.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국책모기지업체 패니메이의 경우 공매도 주식이 1억3870만주(6월 말 기준)로 1년 전 1720만주의 8배로 급팽창하기도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8일부터 전체 주식에 대해 네이키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영국과 캐나다도 네이키드 공매도가 허용되고 종목과 금액 제한이 없는 등 공매도에 관한 한 미국과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나친 공매도 집중으로 인해 모기지 회사의 증자가 무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아시아권에서는 홍콩이 공매도에 관대한 편이다. 홍콩은 네이키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대상 종목이나 금액 제한은 없다.

이처럼 각국이 공매도에 관대한 이유는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고 균형가격 형성 기능을 제고하는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주요 증시마다 공매도가 주가 급락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호주는 공매도를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네이키드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공매도 종목이나 금액을 제한한다. 또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매도 주식의 매도 호가를 시세보다 높게 내도록 정하고 있다. 김융백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호주의 경우 공매도 증가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1990년대 공매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뒤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공매도 규제의 큰 방향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위험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네이키드 공매도 금지를 전면 확대키로 한 것을 계기로 거래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