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크런치(credit crunchㆍ신용경색)로 가고 있다.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달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한 외환딜러는 18일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면서 싸늘해진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전 세계 금융회사가 신규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곳곳에서 달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거래되는 '오버나이트(overnightㆍ하루짜리 달러대출)' 금리는 이날 연9.5%까지 치솟았다. 전날의 7.00%에 비해 2.50%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전 2.3% 수준을 유지하던 것에 비하면 4배 넘게 오른 것이다.

이미 1개월물은 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에 100bp(1%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줘야 할 정도다. 일부 유럽계 은행들이 제시한 호가는 리보+220bp(2.2%포인트)까지 치솟았다. 리보금리마저 최근 2.8%에서 3.3%로 오르는 등 달러조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중은행 자금부서 담당자는 "신규 펀딩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면서 "외국계 은행 지점들도 본점으로부터 포지션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유동성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각 금융회사가 보유한 해외채권의 만기연장(롤 오버)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화 자본이 초단기로 운영되면서 매달 롤오버해야 하는 자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규모는 325억달러.연말까지는 130억달러 수준이다.

각 은행은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상환자금은 이미 확보한 상태라면서도 해외채권 발행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제2의 리먼 사태'에 대비,달러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사 시 달러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멕시코 브라질 일본 등으로 조달선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박희성 신한은행 자금부장은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은행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크레디트 라인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조달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등은 태국 멕시코 브라질 등 제3세계 통화로 기채한 후 달러를 스와프해 가지고 오는 방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스와프 비용까지 감안한 총 조달비용이 저점으로 떨어지는 시점을 보고 있다"며 "소액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로선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각 은행이 보유한 우량자산을 담보로 1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 본드(Covered Bond)를 발행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박준동/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