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을 계기로 증권가에는 '카운터파트 리스크'라는 새로운 위험요인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판단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본부장은 18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그동안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카운터파트 리스크가 중요한 관리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관련한 펀드의 지급 불능 사태가 발생하면서 해외에서 주가연계펀드(ELF)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들여올 때 상대방인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도와 파산위험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년 전만 해도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았기 때문에 카운터파트 리스크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파생상품의 90%가량을 외국계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ELS 등의 상품설명서가 수십페이지에 이르지만 해외업체에 대한 설명은 단 몇 줄에 불과해 일반 투자자들로선 리스크를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또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앞으로는 외국계 증권사의 파생상품을 직접 들여다 팔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리먼브러더스뿐 아니라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 다른 대형 투자은행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과거 파생상품을 팔 때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국계에서 직접 사다가 판매했으나 최근에는 국내 증권사를 중간에 발행사로 끼워넣어 상품을 만들고 있는 추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