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7조원대서 1조~2조원 떨어질듯

대우조선해양의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등 자회사들이 1조원에 가까운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실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예비 입찰서에 써냈던 인수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포함한 인수전략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망갈리아조선소가 근 2년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으며 이미 자본 잠식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옌타이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산둥유한공사(DSSC·지분율 100%)와 지난해 인수한 선박 부품제조회사인 신한기계도 각각 500억원 이상과 700억원가량의 누적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전하는 대우조선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이 1997년 인수한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는 2004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후판(厚板) 부족.동유럽 철강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르셀로미탈로부터 충분한 후판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두 배가량 뛰어버린 후판 가격은 오히려 둘째 문제일 정도로 공급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선박 건조의 핵심 소재인 후판이 달리면서 망갈리아조선소의 연간 건조능력은 9만CGT(보정총톤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반면 그동안 받아놓은 수주 잔량은 112만2000CGT(올 7월 말 기준)에 달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건조능력으로는 10년이 넘게 걸려야 수주물량을 모두 해소할 수 있다"며 "주문받은 선박의 인도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주 선박을 약속한 날짜에 넘기지 못하면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1만5000달러가량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잠재적 부실이 잔뜩 쌓여 있는 셈이다. 인력 유출도 골칫거리다. 루마니아가 작년 1월 유럽연합(EU)에 가입,회원국 간 취업이 자유로워지면서 망갈리아조선소 생산직 인력들이 대거 서유럽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선박용 블록공장인 '대우조선해양 산둥 유한공사'는 임금 상승과 물류 비용 증가 등으로 고전하고 있고 선박부품 제조업체인 신한기계는 경기침체와 선박 발주량 감소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 변수로

지금까지 관련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6조~7조원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3조원을 약간 웃도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지분(50.4%)의 시가총액에다 100%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얹어줘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3주간의 예비실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의 구체적인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 파악될 경우 인수 후보기업들의 베팅 액수는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공산이 커졌다.

금호아시아나 유진 두산 C& 등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줄줄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는 것도 인수후보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수 후보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되는 추세다.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자회사 부실 규모를 감안하면 당연히 베팅 가격 자체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5조원 안팎이 적정 가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 전략도 수정 불가피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기업들은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려 왔었다. 포스코는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를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게 기존 전략이었다. 루마니아 인근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조선소와 후판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부터 철광석 등 원자재를 들여온다는 장기 플랜도 세웠다.

한화와 GS 등 다른 인수후보 기업들도 루마니아와 중국 등에 퍼져 있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인수 전략의 주요 축으로 삼았다. 그러나 망갈리아조선소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대우조선해양 자회사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이런 구상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자회사들의 기존 부실에다 향후 예상치 못했던 우발채무까지 발견될 경우엔 인수 여부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