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E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사진)가 월스트리트와 전 세계 자본시장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는 방안 6가지를 제언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7일 CNN에 기고한 글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과 느슨한 규제로 주택 부문의 거품을 불러왔다며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등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금융회사 경영진이 경제와 사회의 필요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인센티브를 챙겼다고 비판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위선의 산물'이란 최근 발언으로 관심을 끌기도 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해결책은 임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규제다.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엄청난 보너스를 제공하는 대신 5년 평균 실적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단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에 집착해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는 관행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음으론 금융상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심의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성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이런 자유가 다른 사람의 돈으로 도박을 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위원회가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회계 및 규제시스템을 전복시키는 혁신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셋째,전체 금융시스템을 감독하고 다양한 분야 간 상호관계를 인식,과도한 차입을 방지하는 금융시스템 안정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넷째론 금융차입을 제한하는 장치와 같은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역사적으로 볼 때 대출의 급속한 팽창은 큰 위기 발생을 초래했으며 이번 금융위기 사태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약탈적인 대출(고금리 대출)을 방지하는 법률을 포함해 소비자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마지막으론 덩치가 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상황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너무 커 문제가 된다면 작게 쪼개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이를 위해 더 나은 경쟁촉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