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명 칼럼니스트 로버트 새뮤얼슨 홍콩紙 기고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가가 공포와 탐욕의 무게에 눌려 무너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로버트 새뮤얼슨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18일자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먼저 새뮤얼슨은 '메릴린치의 매각,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 AIG의 구제금융'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월가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이번에 진정으로 발생한 사건은 월가의 사업 모델이 붕괴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시장을 항상 지배해온 탐욕과 공포가 이러한 글로벌 위기를 잉태했다"면서 "분명한 것은 월가가 1980년대 이후 변화한 방식에 위기의 원인이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월가가 1980년대 이후 거대한 투자회사, 중개 회사, 헤지펀드 등의 집합체로 변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뮤얼슨은 월가 사업 모델의 문제점으로 3가지를 꼽았다.

먼저 금융회사들이 자신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자문자나 중개자로서 기능하게 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과거에는 투자은행들이 고객을 위해 투자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투자은행들이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둘째 지나치게 부풀려진 보상 시스템도 잘못된 사례로 지적됐다.

15년 경력의 월가 펀드 매니저가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킬 경우 20만달러 내지 30만달러에 달하는 연봉 외에 연봉의 5배 내지 10배 가량을 보너스로 받게됨으로써 '탐욕'을 잉태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은행들이 '레버리지'(차입자본 이용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점도 월가의 붕괴를 가져온 원인으로 꼽혔다.

그는 대표 사례로 리먼브러더스를 꼽았다.

리먼브러더스는 지난해 주식, 펀드, 채권 등을 통해 거의 7천억달러 가량을 끌어들였다.

반면 고객의 자산은 230억달러에 불과했다.

새뮤얼슨은 이러한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월가가 하나의 도박장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거래자나 자금운용자들은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유혹에 빠져들게 됐고 이것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가져온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붕괴된 월가가 재건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월가가 회생하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를 조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