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90% 납품…삼성 "정상적 거래 계속하겠다"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견 기업 태산LCD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신청을 낸 뒤 대기업들이 협력 업체들의 추가 피해 가능성을 파악하며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키코 피해로 협력 업체들의 정상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면 모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산LCD로부터 후면광원(백라이트)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17일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우량 협력 업체가 키코 손실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일단 정상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해 주는 등 법적인 범위 내에서 회생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일정한 약정 범위를 넘어서면 두 배를 물어줘야 한다는 계약조건이 중소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문가가 없는 협력 업체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대기업 관계자는 "키코 손실의 책임 소재를 놓고 은행과 소송이 벌어지더라도 소송이 진행되는 2~3년간 협력 업체들이 버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우량 협력 업체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조기 현금 결제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태산LCD는 1995년 7월 국내 최초로 LCD(액정디스플레이)용 백라이트를 양산하면서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LCD TV와 노트북용 백라이트 제품 90%가 삼성전자에 납품되고 있다. 연간 거래물량은 약 6000억원에 달한다.

태산LCD는 달러 결제 비율이 높아지자 환율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과 달러당 926원에 3억7400만달러에 달하는 키코 상품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폭보다 환율이 급등하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4월 하나은행과 달러당 1005원에 14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상품계약을 했다. 이후 미국 금융시장 위기 등으로 환율이 1100원을 넘어섰고 태산LCD는 806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