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위의 제약업체인 제일약품(대표 한승수)이 잇따른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케펜텍'(소염진통첩포제)의 매출이 폭락한데 이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2007년 매출 904억원)마저 특허 만료에 따른 복제약 출시 여파로 판매 감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케펜텍의 올 상반기 판매액은 55억68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37% 감소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지난 2월 케펜텍 등 파스류를 '비급여'로 전환,약값의 70%를 부담해 주던 건강보험 지원 혜택을 없앤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파스 값이 3배 인상된 것과 같아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일약품이 미국 화이자로부터 수입 판매하는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도 복제약 출시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맞물리면서 이중고에 직면했다. 지난 6월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이 복제약을 내놓으면서 리피토가 독점하던 아토르바스타틴 시장의 30~40%가 잠식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의 보험약가를 20% 깎는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리피토 약값은 7월부터 1239원(10㎎ 1정 기준)에서 991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정부의 고지혈증치료제 약가 인하 방침이 확정되면 리피토의 보험약가는 838원으로 추가 하락한다.

업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일약품의 특성상 이번 악재를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제일약품의 매출에서 타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9.7%로,동아제약(18.8%) 한미약품(18.9%) 녹십자(48%) 중외제약(22.2%) 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처럼 '의약품 도매상' 역할에 치중한 탓에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인 70.6%에 달했다. 이러다보니 영업이익률(4.4%)과 연구개발 투자비율(2.5%)은 상위권 제약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현재 치매치료제 등 10여개 신약 개발에 들어간 상태"라며 "신약이 제품화되기 시작하면 수입 의약품 비중도 점차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