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사스 때문에 취임 3개월 만에 베이징 시장직을 내놓았다가 지난해 8월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한 중국 정치인 멍쉐눙(59)이 5년 만에 또 다시 산사태에 책임을 지고 권력핵심에서 사라졌다.

멍쉐눙 산시성 성장은 중추절인 14일 임기 8개월을 남겨놓고 성장직을 내놓았다. 산시성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곧바로 회의를 열어 멍 성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왕쥔(56)을 산시성 부성장 겸 성장대리로 임명했으며,중국 지도부는 이를 승인했다.

중국 지도부가 멍 성장의 사표를 받은 것은 지난 8일 산시성 린펀시 샹펀현 타오쓰향 타산 광산지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지금까지 25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다친 대규모 참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다.

멍쉐눙은 2003년 4월 베이징 시내에 사스 파문이 확산되자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정계에서 쫓겨난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베이징시장에서 해임된 뒤 남수북조 공정건설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으로 좌천된 뒤 와신상담의 날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8월 산시성 부서기 겸 성장에 임명되면서 권력무대에 복귀했다. 멍쉐눙이 권력핵심에 복귀한 것은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난 점도 있지만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으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측근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멍쉐눙이 비록 성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권력무대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국정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이들은 "왜냐하면 중국 정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가 아니라 바로 관시(關係)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