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수도꼭지를 만들어왔던 한 중소기업이 첨단 로봇 개발에 성공해 원가 절감과 매출 증대란 1석2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금속부품제조업체 워터웍스유진(대표 이정옥).

이 회사는 전통 재래업종으로 꼽히는 수도꼭지 제조업체지만 주물 공법 등으로 만든 금속부품 표면을 깔끔하게 다듬어주는 정밀로봇시스템 '위팩(Wefac)'을 자체 개발해 연간 50억여원의 짭짤한 '가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회사 전체 매출(350억원)의 15% 수준으로 굴뚝형 제조업체의 '부업' 치고는 상당한 비중이다. 위팩(Wefac)이란 '우리 공장에 꼭 필요한 로봇'이란 의미로 우리(We)와 공장(Factory)을 토대로 만든 말이다.

삼성테크윈,SJ테크,엠텍,현대테크,삼원금속 등으로 이뤄진 고객들의 면면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실력파 벤더(납품업체)로 자동차,항공기,휴대폰 부품 등 고도의 정밀 연마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구입 문의가 잇따를 정도로 워터웍스유진은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애초 이 회사가 로봇을 개발한 이유는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심각한 인력난을 모면하기 위해서였다. 이준호 전무는 "고속 회전 연마기에 손을 가까이 대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부상이 잦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연마를 기피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로봇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5년 첫 로봇 개발에 나선 회사는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3년 후인 1998년 위팩의 초기 모델을 만들어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었다. 이후 동작 속도 및 정밀도를 지속적으로 개선,시간당 30개의 수도꼭지 연마가 가능한 현재의 '위팩시스템'으로 발전시키면서 인력수급 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작업 속도가 10~20년 된 숙련공보다 다소 느리다"며 "그렇지만 사람과는 달리 24시간 연속 가공이 가능해 전체적으로는 수작업보다 2.5배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덕분에 매년 3억원 이상의 원가 절감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품안의 효자' 노릇에 충실하던 이 로봇이 '세상 밖으로' 진출한 것은 2004년부터다. 입소문을 듣고 다양한 금속부품 가공 업체들이 공장까지 찾아와 "인력난이 심각하니 도와달라"며 한두 대씩 응용로봇을 주문을 하는 통에 '아르바이트'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2004년 로봇자동화사업팀을 발족, 사업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휴대폰 외장케이스를 자동 연마하는 로봇시스템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이정옥 대표는 "현재로선 3단계 공정 중 1,2단계를 로봇에 맡기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 공정을 로봇시스템으로 자동화하고 응용 분야를 넓혀 로봇사업을 회사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