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호텔 "최고급 이미지 내세우기…안 팔려도 그만"

백화점과 호텔들이 올 추석 시즌에 최고 1000만원이 넘는 위스키 와인 등 초고가 주류 선물세트를 앞다퉈 내놨지만 전혀 팔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시즌 선물세트 중 1200만원으로 가장 비싼 롯데백화점의 1995년산 샴페인 '동 페리뇽 화이트 제로보암'(3ℓ)과 갤러리아백화점의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래어 컬렉션 40년산'은 구입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은 채 마감됐다. 신세계백화점의 '동 페리뇽 메튜살렘'(6ℓ·720만원·사진)과 현대백화점의 이탈리아 와인 '오르넬라이아' 12병 세트(480만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호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웨스틴 조선호텔이 내놓은 보르도 와인 '샤토 라투르 1982'(700만원)와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샤토 라피트 로실드 2004' 선물세트(180만원) 역시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백화점·호텔들은 "최고급 이미지를 심기 위해 초고가 선물세트를 내놨는데 팔리면 좋지만 안 팔려도 그만"이란 반응이다. 실제로 초고가 상품이 명절 선물로 본격 등장한 2005년 이후 판매 실적은 롯데백화점이 올 설 시즌에 위스키 '맥캘란 라리크'(1300만원)를 판 것이 유일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구매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은 관심이 쏠리는 명절 시즌을 피해 은밀히 사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송태형/최진석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