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ㆍ고집ㆍ상상력이 명품 세탁기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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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하우젠 버블 드럼 세탁기'에는 3명의 개발 주역이 있다. 회사 내에서 '세탁기 3인방'으로 불리는 김현숙 책임(37)과 김진두 책임(42),김재홍 과장(36)이 그들이다. 삼성이 만들어내는 모든 세탁기가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크림처럼 부드럽고 미세한 거품을 뿜어내는 '하우젠 버블 드럼'은 3인방이 3년간 벌인 '아이디어 전쟁'의 산물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선행개발을 맡은 김현숙 책임.'빨래엄마'로 통하는 그는 3년 전 부드러운 비누거품으로 화장을 지우는 것처럼 빨래도 거품으로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의류학을 전공한 그가 버블 드럼 아이디어를 꺼내자 "드럼세탁기와 거품은 상극인데 그게 되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헹굼력이 약한 드럼세탁기에 거품을 내서 어쩌겠느냐는 말이었다. 김현숙 책임은 입술을 깨물었다. "공기방울로 부드러운 세제 거품을 내 빨래를 하면 적은 양의 세제로도 '속이 후련하게' 빨래를 할 수 있어 헹굼문제가 없다"는 걸 결국 입증했다. 회사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과 경비를 맡은 아저씨들에게 옷을 나눠주고 하루에 한 번씩 옷을 거둬들여 빤 노력의 결과다.
세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사 사람들을 설득하고 나니 공이 실제 생산을 맡은 김진두 책임에게 넘어갔다. 그는 소음과 진동 문제 때문에 속을 끓였다. 2분 만에 미세한 거품을 드럼 하단에 가득 채워주기 위해선 엔진을 세탁기 하단에 붙여야 했다.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도록 설계를 하느라 진땀을 뺐다.
김 과장은 세탁기 이름 때문에 김현숙 책임과 자주 다퉜다. 상품기획 업무를 맡은지라 제품 개발과 함께 소비자 조사에 들어갔는데 '거품'이라는 용어에 소비자들의 반감이 컸다. 부드러운 거품을 연상하는 '카푸치노'를 고집했던 김현숙 책임이 한발 물러서면서 '버블 드럼'이 탄생했다.
세탁시간 문제는 개발을 맡은 연구원들이 해결해줬다. '고맙게도' 2시간이나 걸리던 세탁시간을 59분으로 줄여줬다. 그 덕에 전력소비량을 기존 제품 대비 28% 줄이고 물 사용량(109ℓ)도 기존 제품보다 32%나 줄였다.
세 사람이 생각하는 차세대 세탁기는 뭘까. 김현숙 책임이 "피부관리를 하면 피부가 더 좋아지는 것처럼 옷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세탁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옆에 앉은 김진두 책임은 "감성이 보태진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 과장은 "전기료를 줄이고 세탁력까지 높인 이번 제품이 최고"라며 활짝 웃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