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육성은 대학과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간 협력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1월4~6일 개최하는 '글로벌인재(HR)포럼'에 대학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이 모두 참여하는 것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공통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박종구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차관 회의를 위해 방한한 오딜 겐탕 유럽연합(EU) 교육문화담당 총국장(차관급)은 글로벌 인재포럼 특별대담에서 인재육성을 위해 한국과 EU가 더욱 협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종구 교과부 제2차관=인재육성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산업화 전략에 맞춘 인력공급정책이 경제발전의 중요한 초석이 됐다. 한국은 미래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원천연구를 통한 미래 지식자산의 확보와 미래 핵심인재의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오딜 겐탕 EU 교육문화 총국장=올바른 지적이다. EU 회원국들은 이미 서로의 경험을 교환하고 있다. 예컨대 각 국가의 학위나 자격증이 호환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에라스무스 프로젝트'같은 프로그램은 유럽의 각 대학 학생들이 유럽 내 다른 나라 대학에서 강의를 듣더라도 동일한 학점을 취득토록 하고 있다.
◆박 차관=OECD에서 주관하는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 결과 핀란드를 비롯한 EU 회원국들의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U국가 중에는 한국보다 선진적인 교육체계를 운영하는 국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으로선 이들 나라의 경험을 배웠으면 한다.
◆겐탕 총국장=한국도 PISA가 아주 높게 나온 만큼 EU 역시 한국에서 배울 점이 있다. 27개 EU 회원국들은 각 나라의 시스템과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는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은 유치원 과정의 조기교육부터 심혈을 기울인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는 이민족 유입 등에 따른 사회통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업교육은 독일이 가장 뛰어나다. 영국은 대학 교육의 수월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 차관=인재들의 국가간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해외로 떠나는 유학생은 해마다 14% 증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유학오는 학생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위해 국경을 쉽게 넘나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겐탕 총국장=동감이다. 인재들이 EU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EU를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다. 지식경제시대 노동력의 이동을 EU는 촉진하고 있다. EU는 숙련된 노동력에 문호를 개방하고 정부인력 충원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차관=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관건은 역시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많은지 여부다. 성과급뿐만 아니라 쾌적한 환경 및 자녀들에 대한 우수한 교육여건 등 '당근'이 있어야 한다.
◆겐탕 총국장=맞는 말이다. 유럽에선 인재들이 빈곤국에서 잘사는 나라로 옮겨가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최근 영국과 아일랜드에 신생 회원국인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인구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박 차관=이런 흐름에 맞춰 대학의 국제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동대와 서울대 등이 최근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내년부터 두바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한 것이 한국 대학 국제화의 좋은 본보기다.
◆겐탕 총국장=대학간 지식의 공유는 매우 중요하다. 공동학위나 복수학위는 학문협력의 대표적 사례다. 유럽은 2004년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개의 공동ㆍ복수학위 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박 차관=앞으로 한국과 EU 간 교육부문 협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장기적으론 교육과정 공동운영을 통한 공동학위 복수학위제도까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한국 프랑스 싱가포르 정부가 진행 중인 아시아-유럽국가 간 쌍방향 교류 프로그램인 'ASEM-DUO 펠로십' 프로그램에 EU가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겐탕 총국장=올해 처음으로 한국과 유럽 양자 간 고등교육협력을 시작했다. 파리과학대학(시앙스포)과 서울대 등 19개 한ㆍ유럽 대학이 3개의 공동 프로젝트를 9월 말부터 시작한다. 또 앞으로 3년 동안 210명의 한국과 유럽 대학생이 상호교환 형식으로 학점 인정을 받으며 유학을 하게 된다. 앞으로 이런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희망한다.
정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