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유업계 '섹스 스캔들' 파문
미국 내무부 산하 자원관리청(MMS) 공무원들이 정유업체로부터 성 상납을 받은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나 미국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미 양당 대통령 후보들이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근해 유전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섹스 스캔들이 터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0일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은 석유회사들로부터 국유지 임차 대가로 연간 100억달러가량의 로열티를 받는 석유예산 관련 공무원들이 성 상납 등 각종 향응을 제공받고 특혜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의회에 전달된 세 건의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워싱턴과 덴버에서 근무한 수십명의 전ㆍ현직 내무부 공무원들이 뇌물수수는 물론 골프 및 스키 접대와 성 상납까지 받았으며,일부 공무원은 거래처인 에너지기업의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덴버의 MMS에서 근무했던 55명 중 3분의 1이 넘는 19명의 전ㆍ현직 공무원들은 공무원 윤리에 벗어나는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석유회사인 셰브론 셸 게리윌리엄스 등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비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규정 이상의 선물을 받은 것은 물론,일부 직원의 경우 업무 시간에 사무실에서 마약을 사거나 감독 대상인 에너지기업들로부터 성 상납까지 받았다. 덴버 MMS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재직 중에 직원들과 짜고 자신이 설립한 회사가 주문을 받도록 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기도 했다. 내무부 감사관실 측은 "약 2년에 걸쳐 이뤄진 조사에서 윤리의식이 실종된 관리들에 의해 추잡한 성문화가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NYT는 랜달 루디 MMS 청장의 성명 내용을 인용해 내무부가 2006년 한 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비리 혐의 공무원 중 한 사람은 이해상충 문제로 기소돼 최근 5년의 실형과 25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으며,나머지 공무원들도 중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들은 선물을 받고 사교 활동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회사들이 유전을 개발할 때 국유지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100억달러 정도의 로열티를 현금 혹은 석유나 가스 등 현물로 받는다. 이 가운데 현물 로열티 비중이 40억달러선이다. 석유회사들이 현물로 로열티를 내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당초 계약보다 적은 양의 원유만 납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빌 넬슨 상원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연해 석유탐사 제한을 풀지 말아야 한다"며 "의회가 앞장서 대형 석유회사들을 견제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